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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D7100+17-70DC] D3000을 뒤로하며




친구랑 이런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D3000이라고 한다면, DSLR 입문용으로 사서 몇 장 찍어보다가 장롱 속에 쳐박혀 있던지, 자연스럽게 동생의 물건이 되는 정도의 바디라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런데 나는 이 바디로 무려 4년간 3만컷 이상의 사진을 꾸준하게 찍어왔었다. 누가 이런 카메라로 3만컷 이상의 사진을 찍어 왔을까? 친구의 그 신비한 눈빛이 이해가 간다.


4년간의 세월이 무색했는지, 아니면 나 스스로가 카메라를 험하게 다루었기 때문인지, 기능상의 심각한 문제를 보이게 되어 결국 바디를 바꾸게 되었다. 바디를 바꾸고보니 나에게 포토샵 보정 실력을 극도로 향상시켜 준 D3000이 고마우면서도 아쉽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그렇지만 새로운 연장을 손에 쥐자, 삐그덕 거리던 망치와 그것을 힘겹게 조여왔던 드라이버와 나사는 금세 잊어버리고 '역시 바디 문제였구나'란 말을 되뇌이고 있었다. 적어도 나는 휼륭한 목사는 아닌 것 같다.


이런 나의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동안 훌륭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리고 연장의 질이 모자라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미루어 왔었던 사진 블로그를 이제서야 시작하게 되었다. 


각오부터 말하자면 이 블로그는 그동안 염원했던 사진 전문 블로그를 지향해 나갈 것이다.


거창한 포부같지만 그 속내는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 추억을 기억하며 긴 시간 동안 함께했던 D3000의 기록들과 나의 일상, 그리고 새로운 카메라와 함께하는 나의 이야기들로 채워져 나갈 것일 뿐이다.


그냥 그것 뿐이다.